• 일기일회(一期一會)
  • 법정

활자, 단어, 글에 향이 깃들 수 있을까?
책을 폈을 때 인쇄 잉크의 화학성분 냄새가 나는 것이 정상일텐데
향이 은은히 피어오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추울 때는 추위가 되고 더울 때는 더위가 되라>는 법문 중
- 추위니 더위니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분별입니다. 삼복더위 속에서도 일에 열중하면
더위를 모릅니다. 겨울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에 열중하면 추위를 잊습니다. 이것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입니다.
...
삶 그 자체가 되면 불행과 행복의 분별이 사라집니다.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는 일,
그것이 불행과 행복을 피하는 길입니다. -

이렇 듯 스님은 지금 이 순간의 자신에게 충실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책의 제목 일기일회(一期一會)도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을 뜻하는 말이다.
살아갈 세월보다 살아온 세월이 많을법한 스님에게 듣는 현재의 소중함이기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절실히 와 닿기도 하는 바다.

구성은 2009년 4월 꽃처럼 피어난 눈부신 봄날의 법회를 시작으로 2003년 5월의 법회로
세월을 거슬러 오르며 스님과 마주하게 된다. 스님은 늘 그자리에서 일관된 모습으로
지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출가 50년을 넘긴 스님은 정부정책에 열을 올리기도,
훼손되어가는 자연을 염려하기도, 삶에 대한 살아있는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법정 스님의 법문이 있는 날이면 길상사에 많은 사람이 든다고 한다.
시,공의 제약으로 직접 법문을 듣지 못한 이들에게 유용할 법한 이 책을 읽으니
오히려 스님의 법회에 직접 발걸음해 아름다운 풍경에 눈 내주고
좋은 이야기에 귀 내주고픈 생각이 든다.

아래는 <숫타니파타>의 '성인의 장'에 스님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로 소개된 글이다.

-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럼히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려 가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이 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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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두막 (THE SHACK)
  • 윌리엄 폴 영

사람은 누구나 하나의 커다란 짐을 떠안고 살아간다.
그것이 무엇이든.
오두막은 그 커다란 짐인 동시에 그 고통의 치유이다.

주인공 맥은 아버지와의 좋지않은 기억, 사랑하는 딸아이 미시의 죽음, 이로인해 자책하며 점점 자신의 세계로의 고립을 택한 딸아이 케이트라는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어느날 파파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찾아간 오두막에서 맥은 파파, 사라유, 예수 즉 삼위일체의 하느님과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짐을 하나씩 벗어던지게 된다.

책의 저자 윌리엄 폴 영의 첫 소설,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책, 몇몇 지인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해 그들이 전파자가 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p.148
-
"그리고 당신은 사랑받도록 창조되었어요. 그러니 당신이 사랑받지 않는 것처럼 산다면 그게 바로 당신 삻을 제한하는 거예요."
...
"사랑받지 못하고 산ㄴ 것은 새의 날개를 잘라서 날아다니는 능력을 제거하는 것과 똑같아요. 나는 당신이 그러기를 원하지 않아요."
...
"맥, 고통은 우리의 날개를 잘라내고 날 수 있는 능력을 빼앗아버려요."
..."그리고 이 문제를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하면 당신은 자신이 날기 위해 창조되었다는 사실마저 잊을걸요."
-

p.386
-
"맥, 어느 하나라도 중요하다는 건 모든 것이 다 중요하다는 뜻이죠. 당신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신이 하는 모든 일도 중요하요. 당신이 용서할 때마다 이 지구는 변해요. 당신이 팔을 뻗어서 누군가의 마음이나 삶을 어루만질 때마다 이 세계는 변해요. 눈에 드러나건 아니건 모든 친절과 봉사를 통해 내 목적은 이루어지고 어느 것도 예전 같지 않게 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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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어디 가?
  • 장-루이 푸르니에


<아빠 어디 가?>는 장-루이 푸르니에라는 방송 연출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의
머리 속에 지푸라기가 들어있는 두 아이에 관한 일상을 짤막짤막한 글로 엮은 책이다.

- 지금까지 나는 내 아들들에 대한 얘기를 해본 것이 없다.
왜 그랬을까? 창피했던가? 사람들이 날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싫었나?
이 모든 이유가 다 뒤섞여 있었다. 특히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까 겁이 났다.
"두 아드님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지요?" -

- 내 아들들을 위해 아빠가 쓰는 책이야. 우리 모두가 너희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쓰는 책이요,
너희들이 그저 장애인증명서에 붙여진 사진으로만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쓰는 책이란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하지 못한 말들을 적는 그런 책......-


인생에 '가정법'은 없다.
'만약 ~이라면', '무엇이었다면...'은 현재 그 '무엇'이 아니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만일 두 아들이 남들과 같았다면, 남들같이 부자간의 관계를 쌓고 감정을 나눴겠지만
남들과 같은 불행과 갈등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란 이야기를 통해 저자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 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장애=신파'라는  공식과 같은 기존의느낌을 깬 글?
작가의 꼬여버린 웃음, 뒤틀려버린 심사를 솔직히 드러낸 글?
그의 블랙코미디는 상처위에 또 상처...단단해져버린 굳은 살 같은 느낌이라
신파보다 더한 애잔함이 있다. 장애아를 돌본다는 것은 비장애아보다 더 힘이 드는게 사실이고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게 장애아와 그 가족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날 이해한다고? 도대체 뭐가 궁금한거야? 웃기는 소리!"라고 말하는 장-루이 푸르니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가 우리 아이를 바라보는 딱! 그만큼만이라도 당신이 장애우를 바라봐주길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내용 중에

- 불행이란 놈은 기다리지 않는 자에게 찾아온다고 한다. 불행에 대해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찾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불행이 찾아오지 않도록,우리는 그 불행에 대해 생각한 것이다......-

-아이들은 발만 자랐다. 아이들의 IQ는 자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히려 더 낮아지기만 했다. 내 아이들은 거꾸로 발달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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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잔의 차
  • 그레그 모텐슨, 데이비드 올리버 렐린

실패, 잘 못 든 길이 한 사람의 운명을, 그리고 그의 손이 닿는 곳곳의 운명을 바꾸었다.
산악인 그레그 모텐슨은 동생을 추모하기 위해 K2에 도전하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그를 보살펴 준 코르페 마을 주민들과 약속한다.

p.51
- "온갖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렬한지,크리스타가 생각났습니다. 어떻게든 해야 했어요." -

p.52
- 동생을 추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더욱 의미 있는 일이 앞에 놓여 있었다. 모텐슨은 그들이 처음으로 함께 차를 마신 이래로 노인이 자기에게 여러 차례 그렇게 했듯, 하지 알리의 양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제가 학교를 지어드리겠습니다." 그는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이 말과 더불어 자신의 인생이 또 다른 우회로로 들어섰다는 것을 아직 몰랐다. 그 길은 K2에서 내려오면서 그가 잘못 들었던 길보다 훨씬 더 구불구불하고 힘겨운 여정이 될 터였다.
"꼭 학교를 짓겠습니다." 모텐슨은 말했다. "약속하죠." -

목가적 낭만주의적 관점으로 코르페(발티족 마을)을 바라보기에는 현실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손길이 너무 많다.그래그 모텐슨은 자신의 약속을 실행에 옯겼다.

곳곳에서 마음이 찌릿해지곤 했다. '교육이 가난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장기전술'이란 걸 알아도 교육 받을 시설 하나 없는 현실은 가혹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무릎 꿇지 않는 열정, 가족애에 감명 받았다.

그들은 나무가 자라기 위해 물을 주는데 온 힘을 쏟았으며 나무는 무럭 무럭 자라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트려 대를 잇고 번창하여 울창한 숲이 되었다.

한 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물론이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뭉치는 과정은 마치 눈덩이가 비탈길을 구를수록 마냥 커지는 것, 혹은 나비 효과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레그 모텐슨으로 시작된 변화의 바람이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이 좋은 증거이다.

책을 읽으며 <만약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글이 떠올랐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지, 얼마나 혜택받는 삶을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해 주었고 다시금 내가 무얼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해주었다.

내용중에

219-"발티 사람과 처음 차을 마실 때, 자네는 이방인일세. 두 번째로 차를 마실 때는 영예로운 손님이고.세 번째로 차를 마시면 가족이 되지. 가족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네. 죽음도 마다하지 않아." 그는 모텐슨의 손에 손을 얹고 말했다. "닥터 그레그, 세 잔의 차를 함께 마실 시간이 필요한 거야. 우리는 교육을 못 받았을지 몰라도 바보는 아니라네. 우리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고 또 살아남은 사람들이야." -

444 무샤라프 대통령의 바시르 준장- "오사마를 만들어낸 건 파키스탄이나  아프카니스탄이 아니라 미국입니다. 미국 덕분에 오사마가 집집마다 있게 됐어요.군인으로서 난, 상대방은 총 한방 쏘고 도망가서 숨을 수 있는데 이쪽은 영원히 경계해야 하는 그런 전쟁은 결코 이실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적의 힘의 원천을 공격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그건 오사마도, 사담도, 누구도 아니예요. 적은 무지입니다. 그걸 무찌를 수 있는 방법은 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교육과 비즈니스를 통해 현대 세계로 데리고 나오는 것뿐이에요. 안 그러면 싸움은 영원히 계속 될 겁니다." -

445 - 바시르 준장은 얼마간의 돈을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한 군에 있는 친구들에게 적어도 한 미국인이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만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확신을 전화고 기부를 청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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