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 장정일

 

어려운 사이의 책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하다보면 진척이 더디거나 소통에 애를 먹는다. 반면 편안한 사이의 책은 맞장구치며 대화하고, 함께 오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며, 또 만나고 싶게 만든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은 공통점이 있거나 얘기가 잘 통해 ‘코드’가 맞는 친구와 함께 하는 기분의 책이다.

 

특히 발심(發心)을 일으키는 문고의 기능을 이야기하는 부분에 많은 공감이 간다. 저자는 도서관에 ‘문고 읽기 운동’을 제안하며 문고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나는 도서 전체로 확대해석하고자 한다. 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문고는 물론 책을 읽음으로써 발심을 일어 더 큰 공부로 나아가는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이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 알다시피 문고는 그 분량 상 어떤 주제에 대한 최소한의 그리고 핵심적인 사항만을 담는다. 그래서 해당 문고를 읽고 거기에서 멈춘다면, 말 그대로 ‘지식의 인스턴트화’와 ‘교양의 규격화’가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문고의 진정한 역할은, 당신이 방금 읽은 주제에 대해 더 알아보도록 발심(發心)을 일으키는 데 있다.

……

문고를 계기삼거나 발판삼아 철학이든, 역사든, 정신분석학이든, 뭐든 더 큰 공부로 나아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p.276)

 

아쉬운 점이 있다. 다른 이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저자가 한번쯤 입장을 바꿔 생각해봤다면 이리도 날 선 칼과 같은 단어를 선택할 수 있었을까 상상해본다. 즉 누군가 저자의 공들인 작품을 ‘쓰레기’라 평한다면 저자의 기분이 어떠할까?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의 독서일기에서 “모두들 좋다는데, 나는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불일치에 대해 나는 ‘입 다물기’로 했다. 혼자 배배 꼬인 인간이 되기 싫어서다.”고 한 저자의 말과는 다른 과격한 단어의 사용, 자신만의 기록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독서 일기를 훔쳐보는 대중은 흠칫 뒤로 물러서게 마련이다.

 

공! 감! 구! 절!

 

- 이번 책에 실린 많은 독후감이 그렇듯이 독서를 파고들면 들수록 도통하는게 아니라, 현실로 되돌라오게 되어 있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 길은 책 속으로 난 길이 아니라, 책의 가장자리와 현실의 가장자리 사이로 난 길이다.

-(p.11 작가의 말)

 

- 암울한 미래를 벗어나는 방법이 전무하지는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경제 산업 분야는 물론이고 사회의 각 분야에서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기성세대들이자신의 기득권을 아래 세대와 나누는 것이다.

-(p.22)

 

- 지은이(에이미 추아⎾제국의 미래⌋)에 따르면 역사상 존재했던 세계 초강대국들은 대단히 다원적이고 관용적이었다. 관용은 패권을 장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요소였으며, 반대로 인종적 종교적 민족적 순수성에 대한 촉구로 시작되는 불관용과 외국인 혐오는 고스란히 제국의 쇠퇴로 이어졌다.

-(p.35)

 

-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독자라고 해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책의 극히 일부만을 읽을 수 있을 뿐이라면, “언제라도 자신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p.42)

 

- 참된 독서란 내 앞에 주어진 개별적인 책을 읽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책을 생성한 유무형의 생산 현장 전체를 읽는 일이다.

-(p.43)

 

- 아무리 그림과 영상들이 ‘이미지 문화’가 발달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활자는 나와 타인, 나와 사회,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가장 광범위한 길이고 창이다. 그래서 작가(루스 렌들⎾유니스의 비밀⌋)는 “글은 우리 혈관 속에서 피처럼 흐른다. 그것은 모든 말 속에 파고든다. 지시와 묵종의 관계에서와 달리, 대화에서 인쇄된 글에 대한 언급이 없거나 읽을거리에 대한 암묵적 도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진정한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p.108)

 

- 자서전에는 그 사람의 삶의 역정과 의지가 담겨있다. 자서전을 잘 읽으면 그 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유명 인사들이 쓴 자서전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원자료로 진지하게 취급되는 일이 드물다. 자서전에서 대필이 차지하는 몫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p.121)

 

 

 

Posted by Dream 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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