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금꽃나무
● 김진숙

 소금꽃나무에서는 어떤 향이 날까?
땀과 눈물로 범벅진 짭쪼름함과 비릿한 핏내일까?
아니면 지친 몸을 끌며 집으로 돌아와 함께하는 이의 얼굴에 번진 웃음 같은 달콤함일까?

눈물

-역사는 그렇게 질척거리지만 끊임없이 각성하라고 채찍을 휘두르며 간다.
-(p.21)

전후, 자본의 유입과 시작된 한국의 1차 산업 경제. 그 현장에 노동자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그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노동의 강도와 흘린 땀에 비례한 대가를 받고 있는가?
이 부분에 있어서는 1980년대나 20년을 넘긴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인다.

노동조합이나 단결도 몰랐던 시절에는 욕먹고 매 맞고 수당도 없는 연장근무와 열악한 환경을 체념한 채 혼자 견뎌야 했다.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고자 했던 조합 활동으로 두 번의 전과 기록을 가진 전과자가 되었는가하면 비정규직, 노숙자, 하루 서른명이 넘는 자살자가 발생하는 지금은 35m 크레인에서 200일 넘게 싸움을 하고 있는 김진숙 그리고 김진숙이 만난 사람들의 삶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가슴에 큰 산 하나가 들어앉아 그 산에서 돌덩이가 와르르 쏟아져 양심에 돌팔매질을 해대는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살아온 삶과 별로 다르지 않은 삶을 산 사람. 그러나 그 삶을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온몸으로 끌어안고 뒹굴었던 사람
-(p.47)

1980년대 사람들에게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 전태일 평전>이 마음을 흔들었듯 2000년대를 사는 우리에게 <소금꽃나무>는 그때 그 진동의 주파수를 맞춘 듯이 마음에 와 닿는다. <전태일 평전>을 읽고 꺼이꺼이 지리산 계곡처럼 울었다던 김진숙마냥, 그 눈물이 곧 다짐이 되었고 가슴 벅찬 환희가 되었다던 그녀처럼 나도 <소금꽃나무>를 읽고 그러했으니 말이다.

 희망

-희망. 세상을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 그 희망을 품은 인간이라는 존재.
-(p.49)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하는 이들이 위험해 보인다, 무모해 보인다 말할 때 ‘하니까 되더라는 최초의 경험, 그리고 거북선은 우리가 만들었다는 통찰’을 싸워서 얻은 김진숙은 ‘참 사는 것 같았다.’라고 한다.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노동자, 노동조합 활동 원칙을 알고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로부터 희망을 읽는다고 한다.

<소금꽃나무>는 책을 읽은 이가 다시 글로 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직접 이 삶을 견뎌온 수많은 노동자에 비하면 나는 책이라는 간접체험을 통해 이 땅의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짐작할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 솜씨 또한 부족하니 한 번 읽어보라 책을 권하는 수밖에 없다. 글을 읽는 게 김진숙 그녀에게 큰 격려가 된다니 말이다. 끝으로 말과 상식이 통하는 곳, 노동자가 흘린 땀의 대가를 받는 곳. 제2의 김주익, 곽재규가 없는 곳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지루하시죠? 그래도 기왕 읽으신 거, 제가 살아온 인생 얘기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열여덟 살 순진한 근로자가 왜 싸우는 노동자가 되고, 서른 여섯 장년이 되어 두 번의 전과 기록을 가진 전과자가 될 수 밖에 없었는가 하는 사명을.
끝까지 읽어 주시면 그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격려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지금 회한의 늪으로 자꾸만 빠져 드는 심정이거든요.
-(p.253)

공! 감! 구! 절!

-내가 곧 그들이라는 사실이 이제 더 이상 부끄럽지도 치욕스럽지도 않았다. 같이 살아야 된다는 생각. 내가 달라져야 그들이 달라진다는 생각. 그들이 딛고 선 땅이 변해야 내가 딛고 선 땅이 변한다는 생각-(p.48)

-무력하기 짝이 없다 보면 타협하게 되고, 타협에 길들여지다 보면 그게 사는 요령이라고 믿게 된다. 인간임을 끊임없이 부정당하다 보면 스스로 부정하게 되고, 오로지 연명하는 일이 지상 과제이자 존재 이유인 이들에게 인간의 품위와 계급적 자존감이란 깨달을수록 성가신 일일 뿐이다. ……요즘 십대들이 무섭다지만 그때 십대들이 더 무서웠다. 먹고 사는 일에 목숨 걸었던 그 무서운 십대들이 결국은 독재를 유지시켰던 균주였고 지금도 먹고살게만 해 준다면 인권이나 환경이나 인간에 대한 예의 같은 건 삽시간에 나발이 되고 마니까.-(p.53)

-흔한 것들은 종종 짓밟히고, 늘 곁에 있으리라 믿는 것들에게 우리는 때때로 얼마나 가혹한가. 그런 것들이 귀하다는 걸 깨닫는 건 대부분, 그 꽃이 진 뒤거나, 그가 떠나 버린 다음이다.-(p.138)


Posted by Dream 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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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

제목 후불제 민주주의의 의미는 이렇다.

-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 -(p.22)

-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지사들의 희생과 헌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60여년 동안 꾸준히 그 비용을 '후불'했다. 1960년 4.19 혁명의 용감한 '형님'과 '언니'들이,1980년 5.18 당시 전남도청의 시민군 전사들이, 1987년 6월 전국 주요 도시의 거리를 뒤덮었던 익명의 시민들이 엄청난 수고와 희생을 치렀다.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식인과 언론인, 노동조합 지도자와 대학생들, 종교인과 정치인, 농민과 회사원들이 체포와 구금, 해고와 고문의 위협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분투했다. 이 모두가 민주공화국에 들어가는 비용을 '후불'한 위대한 시민 행동이었다.- (p.23)

이 책을 쓴 지식 소매인 유시민은 폴 크루그먼과 닮았다.
경제학 전공이지만 사회전반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 굳이 진보와 보수를 나눈다면
같은 편에 서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또한 국민, 지식인, 언론인, 심지어 현 정권조차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에서벗어날 수 없으며 가차없는 질타가 쏟아낸다는 것이 그렇다.
해학이 넘치는 문체와 박학다식함이 묻어나는 글로 지루하지 않게 글을 읽어내릴 수 있었다.
시원한 미소라는 말의 어감이 이상할 지 모르나 이글은 그런 재미를 선사한다.  

-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한 가지다.
진보는 '당위'를 추구하고 보수는 '존재'를 추종한다. 진보는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싸운다. 예컨대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같은 것이다. 그래서 진보는 인간의 자유를 속박하고 불평등을 조장하는 제도와
문화를 변혁하려고 한다. 진보의 사고방식은 연역적 구조를 가진다. '인간은 평등하다'와 같은
추상적 공리에서 시작해 구체적 실천 전략과 전술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 일관성 있고
복잡한 논리 체계를 만든다. - (p.68)

한 나라의 최고규범인 헌법의 당위와 존재여부.
문명의 역주행을 우려한 저자는 권리는 권리위에 잠자는 자의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자의 것인만큼 당위를 존재로 전환하는 주체는 국민이어야 함을
끊임없이 호소한다.
- 결국 민주주의는 시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계몽하고 발전시키는 꼭 그만큼씩만 앞으로 나아간다.-(p.53)

현자는 역사로부터, 어리석은 자는 경험으로부터 배운다고 한다. 우리는 무엇으로부터든 배워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비평에만 머무르는 것은 문제에 접근하는데
반쪽짜리일 뿐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할 것이다.이 또한 우리의 몫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의 한 부분을 적는다.

신학자 마르틴 니뮐러 '인용문'

그들이 처음 왔을 때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잡아갔을 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사민주의자를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민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체포했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대인을 잡아갔을 때
나는 방관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나를 잡아갔을 때는
항의할 수 있는
그 누구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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