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의 길고 암울한 티타임
  • 더글러스 애덤스

'요즘 신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소설

실재하는 신들의 현대 생활 백서, 그리고 영혼을 파는 큰 거래, 그 계약에 얽힌 자들의 운명

초반, 무턱대고 설명을 늘어놓는 통에 읽고 있어도 '내가 뭘 읽고 있는거지?'싶다. 이제 이런 경험도 익숙하다. 그의 전작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를 통해 한 번 겪어 봐서 인가 보다.
여행을 시작해, 낯선 공항에 도착한 느낌을 떠올려보라. 각자 제 갈길을 가는 이들과는 달리 그 풍광에 압도당한 나머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익숙한 무엇을 찾기위한 두리번거림뿐이다. 36페이지 사립탐정 '더크 젠틀리'의 이름을 보자 와락 반가운 마음이 든다. 공항에 마중나온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사건을 의뢰한 '어제 만난 고객'과의 약속 시간에 늦은 더크, 고객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의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서 그가 느끼는 심적 동요, 일명 양심의 뜨끔거림을 표현한 장면(p.67)은 작가의 위트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읽어보는 수밖에!

더글러스 애덤스 소설의 특징이랄까?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종국에는 어떻게 전개될 지 갈피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마치 전혀 들어맞지 않을 것 같은 퍼즐 조각 같다.

사건의 실마리, 이번에는 음악에서 찾다.

<뜨거운 감자>
집어들지마, 집어 들지마, 집어 들지마.
얼른 남에게 넘겨, 넘겨, 넘겨.
넌 붙잡히고 붙잡히고 붙잡히고 싶지 않을 테니까,
누군가에게 그걸 던져버려, 누구? 누구? 아무한테나.
커다란 놈이 찾아왔을 때 그걸 갖고 있지 않는 게 좋아.
커다란 놈이 찾아왔을 때 그걸 갖고 있지 않는 게 좋다고.
그건 골치 아픈 뜨거운 감자니까.

책 엿보기!


음반업계에 종사하는 엄청나게 부유한 어떤 남자가 더크 젠틀리를 고용한다. 그 남자는 키 가 크고 눈동자가 초록색이며 큰 낫을 휘두르는 괴물에게 스토킹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더크는 ‘감자’ 그리고 곧 계약이 만료되는 피로 서명한 ‘계약서’에 대한 남자의 헛소리를 들으며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수고비를 받으면 무엇을 할지를 궁리한다. 더크는 약속시간보다 훨씬 늦게 남자의 집에 도착한다. 가서 보니 경찰들이 떼로 몰려와 있다. 그 집 지하실로 내려가니 그 남자는 깔끔하게 목이 잘린 채 죽어 있고, 잘린 목이 레코드 턴테이블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그제야 더크는 남자가 언급했던 감자와 계약서 얘기가 헛소리가 아니었다는 생각에 이른다. 남자의 죽음으로 죄책감에 빠진 더크는 늦게나마 그 고객의 주장을 진지하게 생각한다.

조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런던 히드로 공항의 탑승 수속 데스크가 갑자기 불길에 휩싸여 공중으로 치솟는 사건이 발생하고, 더크는 그 데스크에서 일하다가 실종된 여직원이 예전 자신의 비서였던 재니스 피어스 양임을 알게 된다. 사건 조사를 하면서 더크는 모욕적인 별점, 재수 없는 사립병원, 우울한 독수리, 전자식Ⅰ청(淸)계산기(답이 4를 넘어가면 화면에 ‘황(黃)의 기운이 충만함’이라는 문구만 뜨는 계산기), 런던에서 피자를 배달시켜 먹지 못해 분노하는 매력적인 미국 여인 케이트 셰터 양을 만난다. 또한, 변호사와 광고업자에게 전능한 힘을 넘겨주고 깨끗한 리넨을 공급받는 오딘 신과 천둥의 신인 토르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 출판사 서평 중


-그는 운전대만 잡았다 하면 길을 읽었는데 그가 '선(禪)'적인 길 찾기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아는 듯한 차를 그저 졸졸 따라가는 방식이었다. 목표지점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끌려가기 일쑤였는데도 어쩌다 한번 제대로 목표지점에 도착할 때도 있기 때문에 그는 그 방식을 선호했다.
-(p.47)

- "... 나의 길 찾기 방식이 나름의 이점이 있다는 걸 이제 그만 인정하시죠, 셰터양. 그 방법을 쓰면 내가 의도했던 장소에 도달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결국 내가 있을 필요가 있는 곳에 도달한다. 이겁니다."
-(p.186)

- 인류가 신화로 간주해온 모든 이야기가 실재임을 깨닫고 충격을 받겠지만, 정신이 들면 지금껏 보아온 이 노인의 모습이 전사 신들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이었음을 때달을 것이다. 인류가 신화를 믿지 않게 된 뒤에도 그 신화 속 존재들이 여전히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p.97)

- 파우스틍와 메피스토펠레스가 거래하던 시절에 인간은 영혼을 파는 대가로 우주의 모든 지식을 얻고 마음에 담긴 모든 야망을 실현하고 육체의 온갖 쾌락을 맛보았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일이 흐른 오늘날에는 몇개의 히트 음반 작사료, 유행하는 가구 몇 점, 욕실 벽에 붙이는 자질구레한 장신구를 얻는 대신 목이 뎅겅 잘리는 것이다.
-(p.255)

- "너희 인간들은 불사의 존재를 원했다. 그로 인해 불사의 존재들이 생겨났다. 우리로서는 힘든 삶이기는 하다만, 어쨌든 너희는 우리가 영원히 존재하기를 바랐고 그래서 우리는 영원히 살고 있다. 너희는 우리를 잊었지만 우리는 영원히 살아가는 거다. 하지만 그중 많은 신들이 죽었고, 또한 죽어가고 있다."
-(p.259)

- "문제를 인식하고 신경 쓰는 건 토르밖에 없다네. 그는 계속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만 논리적으로 증명을 못하고 있어. 논증을 못한다 이 말이야. 그러다보니 머릿속이 뒤죽박죽되고 혼란스러워져서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자기가 저지른 일의 뒷감당을 못해 결국 속죄를 위한 고행을 하는 거라네. 여기 있는 나머지 신들은 죄다 그저 돼지 때문에 여기 온 거야."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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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eam Sso
  •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 더글러스 애덤스

 
처음 만나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작품이다.

신비한 탐정 더크 젠틀리의 일상은 노부인들로부터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겠다며
청구서를 보내고 비용을 지불 받기 위해 끊임없이 전화통에 매달려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바하마 출장이 왜 꼭 필요한지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설명해드릴게요.
다시 설명 드릴 수 있어서 더 없이 기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모든 사물이 기본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 상호 관계성을 나타내는 벡터 값을 구성하고
삼각측량을 하려면 머나먼 버뮤다 제도의 해변까지도 가야 하는데 이번 조사를 진행해면서도
종종 그곳에 출장을 다녀와야 합니다. 저도 가급적 그곳까지 갈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화창한 햇빛과 럼펀치 술에 알르레기가 있거든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일을 하려면 그런 어려움쯤은 참고 견뎌야 하는 거죠. 안그렇습니까, 부인?"

흡사 노부인을 속여 받아낸 돈으로 버뮤다 여행을 계획중인 사기꾼같지 않은가?

불가능해 보이는 두 가지 현상과 대단히 특이한 여러 건의 현상들이 전부 리처드 맥더프에게
일어났고 그 사람이 아주 특이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되었다.
리처드는  현상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을 뿐 아니라 아주 특이하고 괴상하게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완벽하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하에 한 행동이었다고 믿고 있다.

나의 행동을 하게 만든 '무엇', 그 무엇이 사람을 조종해서 어떤 일을 하게 만들려고 한다.
더크의 말처럼 모든 사물은 서로 상호연관성이 있었다.
그리고 더크는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였다.

초반 서로 연관성이 있을까 싶었던 장황한 이야기는흥미를 유발하고  뒤로 갈 수록
읽는데 가속이 붙었다.

이 소설의 매력을 꼽는다면 작가의 '기발함'일 것이다.

타임머신을 텔레비전을 보는 데 사용하는 리즈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흠, 비디오 녹화기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어도 타임머신은 쓸 일이 거의 없을 걸.
시간여행이라는 게 아주 조심스럽거든. 무시무시한 덫과 위험으로 가득해. 과거로 돌아가
잘못된 부분을 고치기라도 하면 역사의 흐름 자체가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어.
게다가 타임머신만 썼다 하면 전화기가 고장이 나버린다네."

그 타임머신으로 등장하는 도구 또한 기발하다.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과 상반된 아날로그 계산기 '주판'이 바로 타임머신이다.
이정도라면 기발함을 넘어 기막힐 정도다.

이 세 주인공, 더크, 리처드, 리즈는 사뮤엘 콜리지의 시속에 담겨있던 그 '무엇'을 힌트삼아
인류를 멸종 위기에서 구해낸다는 엔딩마저 기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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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eam 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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